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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쓰는 편지

D+5 준호에게 쓰는 첫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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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9.09.25일 태어난 저의 아이에게 가능한 매일 같이 일기를 쓰는 형식으로 글을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한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무섭고 두려웠지만, 막상 아이를 처음 태어났을때 그 느낌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것 같습니다.

이제 매일 같이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하루하루 글을 써보려고 하나, 이글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기 보다는, 먼 훗날 나의 아이에게 보여줄수 있는 글이기를 바래 봅니다.

D+5일된 준호에게
준호야, 아직 너의 이름을 부르기 보다는 너의 태명인 또기라고 부르는 것이 더 실감나고, 이름이 어색하긴 하지만 10달 동안 불렀던 이름을 한순간에 바꾸어 부르기는 어려운 것 같다.

5일이 지난 시점이라 그날의 기억이 멀어져 갈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그때의 느낌을 적어 보려고 하니 이 글을 읽을 때쯤에는 한번쯤 이해해 주길 바란다.

엄마는 9월 24일 새벽부터 배가 아파왔고, 그날 아침 출근을 살짝 미루고 병원을 가서, 엄마와 함께 태동 검사를 하였어. 그리고 최종 결론은 자궁문이 1센치 열렸다는 이야기 뿐.. 더 있다가 병원에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집으로, 아빠는 회사로 오게 되었다.

회사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는 너를 기다리면서, 예정일이 23일이었지만, 하루가 늦고, 유도분만 날짜는 26일이었기 때문에 조금의 시간은 있었지만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그날만큼은 무사히 넘어가길 바랬단다.

그날 퇴근을 하고, 엄마는 배가 아프다면서 엄청난 고통을 호소 했지만 좀더 기다려 보기로 했어. 그날 따라서, 엄마의 진통은 커져만 갔고, 새벽부터 잠을 자지 못한 나는 피곤하기 시작했었어.

그렇게 밤 12시가 되고, 참을수 없다던 너의 엄마를 이끌고 산부인과에 갔단다. 태동검사를 하니, 이번에는 자궁문이 2센치가 열렸다고 하더구나.

병원에서 살짝 이른감이 있지만 입원을 하였고, 그렇게 엄마와 나는 진통을 참아가면서, 너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점점 진통이 커저만 가고, 새벽 3시에 처음으로 엄마는 무통 주사를 맞게 되었는데, 신기한것은 정말 주사를 맞고 10분 뒤에 아무 고통이 없다는 듯이 엄마와 나는 눈을 감고 잠시나마 잠을 잘수 있었단다.

그렇게 1시간의 꿀같은 잠을 자고, 다시 밀려오는 진통을 견디며, 총 3번의 무통 주사를 맞고 의사 선생님이 오신 아침 9시에 제왕 절개를 하기 보다는 좀만더 기다려 보자고 하네? 이제 자궁문이 3센치가 열려서 이제부터 자궁문이 열리는 시간이라고 하더라. 너의 외할머니가 오셨고, 엄마는 처음에는 왜 왔냐고 뭐라고 하더니, 진통이 심해질수록 할머니의 의존을 더 하게 되더라. 아마도 너의 외할머니가 오시지 않았다면 아빠는 정말 출산하고 쓰려지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점점 자궁문이 열릴 수록 너와 만날 시간은 다가오고, 그 전에는 몰랐지만, 엄마가 덮어쓴 이불 밑에서 흥건히 젖은 피를 보면서 어찌나 놀라지 않았는지 모른다. 설마 무언가 잘못 되지는 않았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지.

그렇게 11시 30분 부터 할머니는 밖으로 나가시고, 의료진과 엄마와 나 이렇게 사람들만 병실에 있었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정말 힘들었던 것이, 엄마는 배와 하체에 힘을 줘야 하고, 아빠는 엄마의 목과 상체를 들어서 공과 같이 만들라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고, 엄마가 힘을 줄때, 나 또한 입으로 악 물고 힘을 주었기 때문에 머리가 정말 아팠지.

그렇게 의사선생님이 좀만더 힘을 주라고 계속 해서 말씀하시고, 거울로 몰래 엄마의 아래를 보고 있었는데,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그 거울을 가렸는데, 그 찰나 어디선가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 왔단다.

옆 방에서나는 울음 소리인줄 알았는데, 의사 선생님 손에는 아이가 있었고, 그것이 너의 처음 모습이였단다.

의료진이 나를 부르더니 탯줄을 자르라고 하더구나. 혹여 상처가 날까 조심스레 탯줄을 가위로 자르려고 하는데, 탯줄이 생각보다 단단하게 깜짝 놀랬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던데, 삼겹살 자르는 느낌일줄 알았던 탯줄이, 거의 고무를 자르는 느낌이라고 해야 될것 같다.

그렇게 준호가 아빠 옆에서 의료진이 열심히 양수와 이물질을 제거 하는 동안, 나는 엄마를 보아야 할지, 이세상에 태어난 너를 보아야 할지 모르겠더구나. 솔직히 너를 좀더 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걱정되서 너를 잠시 보고 엄마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었지. 엄마와 내가 본 너의 솔직한 첫 인상은. 10달 동안 엄마 뱃속에서 불어 있어서 인지 모를 못난이 인형이라고 볼수 밖에 없었지. 하지만, 그 못난이 인형과 같은 아이가, 울면서 신기하게도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 시간이 참으로 고맙고 다행으로 여겨졌단다.
아마도 이 느낌을 글로 적다 보면, 한도 끝도 없는 소설이 될것 같으니 이정도로 하자.

이제서야 우리가 10달만에 만나서 엄마와 아빠 사이에 준호라는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 3가족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준호와 엄마를 케어해야 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 었단다.

오늘은 이렇게 글을 마무리 하고 너의 첫 인상을 적어 보앗는데,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글로 적으면 정말 장문의 글이 될것 같아서 여기서 줄이도록 할게.

그럼 내일도 아빠가 너에게 글을 쓰도록 할게. 이만 안녕.

2019.09.30 pm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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