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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쓰는 편지

D+8 준호에게 쓰는 세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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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구나.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그래도 너가 태어나고 나서 태풍이 온탓인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요즘 퇴근하고 조리원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샤워하고 머리 감는 것이란다. 사실 회사에 있으면서 어떤 먼지와 냄새가 있을지 몰라서, 너에게 그런 냄새를 맡게 하고 싶지 않아서, 목욕 재개를 하고, 저녁 8시경에 너를 만나는 것이 요즘 저녁의 유일한 낙이란다.

하지만, 어제는 오자마자 배가 고픈지 보채서, 엄마가 유축해둔 모유를 너에게 바로 먹여 주었지. 모유를 젖병으로 주는 것은 나도 처음이라서 사실 그냥 분유 주듯이 주는데, 모유는 기포가 많이 올라오더라. 그래서 트림을 해주게 하기 위해서 한참을 안고 토닥여 주었는데, 뱉어 내는 것인지, 흘러 나오는 것인지, 토를 하는 것인지, 조금씩 너의 입에서 흘러 나왔어. 놀래서 눕히지도 못하고, 안고만 있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괜찮길래, 눕혀 두었더니, 거의 3시간 가량을 자더구나. 너가 깨어 있어도, 사실 놀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너의 눈을 바라보는것이 요즘의 나의 낙인데, 계속 해서 잠만 자다보니, 아쉽게도 너랑 눈을 마주치지 못했네.

너와 놀지 못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도록 해야겠다. 해야할 말은 많지만 앞으로 이 편지를 쓸수 있는 날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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